ROKA Selection · Okayama
1688년부터 시작된 사케 이야기
오카야마 무로마치주조 · 사쿠라무로마치(櫻室町) — 오마치 쌀로 빚은 세 가지 사케
일본에는 정말 많은 사케가 있지만,
제가 이번에 이 사케를 준비한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사실 원래 순서대로라면, 오늘 소개해 드릴 사케보다 먼저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던 술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자기 그 양조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확인해 보니,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온 양조장이 화재로 전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술을 만들어온 곳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소식이 저에게는 꽤 크게 다가왔어요. 오래된 양조장이 지금도 술을 만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술을 지금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당연한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조금 더 뒤에 소개하려고 했던 이 사케를 먼저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술을 만드는 곳은 오카야마의 무로마치주조(室町酒造)입니다.

01 — SINCE 1688
조선 숙종 때부터 이어져 온 술
이곳의 술 이야기는 에도시대인 1688년(겐로쿠 원년)경부터 시작됩니다. 마을의 오쇼야(大庄屋)였던 하나후사 주에몬이 남는 쌀로 술을 빚기 시작한 것이 출발이었어요. 그 뒤로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술을 만들어온 양조장입니다.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조선 숙종 때부터 지금까지 술을 만들어온 셈이에요.
그런데 이 양조장의 역사를 찾아보다가 익숙한 이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미쓰코시(三越)입니다.
미쓰코시는 1673년 에도의 포목점 ‘에치고야’에서 시작한, 일본의 역사 깊은 백화점이지요. 메이지 중반 8대 하나후사 우이치로 시절, 이 양조장이 만들던 ‘게이카(敬花)’라는 술이 전국 청주 품평회에서 거듭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후 미쓰코시의 주문을 받아 백화점에 납품하는 술 ‘무로마치(室町)’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무로마치’였을까요? 미쓰코시가 자리한 곳이 바로 도쿄 니혼바시 무로마치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뒷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무로마치’라는 이름을 다른 양조장이 먼저 상표로 등록하는 바람에 쓸 수 없게 되자, 위에 ‘櫻(사쿠라)’ 한 글자를 붙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사쿠라무로마치(櫻室町)는 그렇게 태어난 이름입니다.
저는 이런 옛날 이야기가 참 재미있어요. 그냥 ‘300년 된 양조장입니다’라고 들었을 때보다, 그 시대에 어떤 술을 만들었고 어떤 인연을 맺었고 그 이름이 지금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알고 나면 술병에 적힌 이름도 조금 다르게 보이거든요.
02 — THE TURNING POINT
따라 하기를 멈춘 순간
그런데 제가 이 양조장에 정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다음 이야기 때문입니다.
현재 양조장 대표가 가업에 들어온 것은 28세 무렵이었다고 합니다. 당시는 일본에서 지자케(지역 사케)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어요. 처음에는 자신들의 술도 유명한 양조장의 술처럼 만들면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맛있다고 소문난 술을 찾아 히로시마와 효고를 비롯해 일본 전국의 유명 양조장을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5~6년.
그런데 결국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술을 따라 만들어도 똑같은 술은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계속 누군가를 따라가는 한 결국 두 번째, 세 번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만의 술을 만들자.”
그래서 생각을 바꿉니다. 많은 양조장에서 쓰는 유명한 사카마이 ‘야마다니시키’ 대신, 그때 선택한 것이 바로 오카야마의 ‘오마치 쌀’이었습니다.
03 — OMACHI RICE
그런데 오마치가 뭐예요?
사케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오마치는 오카야마에서 유래한 아주 오래된 사카마이(주조용 쌀)입니다. 1850년대에 기시모토 진조라는 사람이 오야마 참배를 다녀오는 길에 낯선 품종의 벼 이삭을 발견해 가져온 것이 시작이라고 전해져요. 지금 널리 쓰이는 야마다니시키를 비롯한 여러 사카마이의 계보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맛에도 오마치만의 매력이 있어요. 오마치로 빚은 사케는 쌀에서 오는 감칠맛과 깊이,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성한 볼륨감을 표현하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만드는 사람에게는 손이 많이 가는 쌀이기도 합니다. 오마치 쌀의 중심에는 ‘심백(心白)’이라 부르는 하얗고 불투명한 부분이 있는데, 크고 둥근 심백에 쌀알이 부드럽고 물을 빠르게 머금는 성질이라 정미할 때 깨지기 쉽고 침지 시간에도 신경을 써야 해요. 양조장에서는 같은 품종이라도 해마다 쌀의 수분과 상태가 달라진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감칠맛과 바디감이 매력인 쌀입니다.”
04 — WATER
쌀만 오마치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있는 오카야마의 쌀로 자신들만의 술을 만들겠다는 선택.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술은 물도 ‘오마치’였어요.
‘오마치의 냉천(雄町の冷泉)’. 일본 환경성이 선정한 명수 100선에도 이름을 올린 물로, 오카야마 3대 하천 중 하나인 아사히가와의 물이 땅속을 흐르다 솟아나는 복류수입니다. 에도시대에는 이케다 가문에서 사용하던 물로 알려져 있고, 부드러운 물맛이 특징인 연수(軟水)예요. 지금도 술을 빚는 시기가 되면 양조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탱크로리로 이 물을 직접 길어온다고 합니다.
오마치의 쌀로 술을 빚고, 오마치의 물로 술을 빚는 거예요. 여기까지 알고 나니 “우리 지역에서 나는 쌀로 우리만의 술을 만들자”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남들이 잘 만드는 쌀과 물을 따라 해 자신들만의 답을 멀리서 찾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온 땅의 쌀과 물에서 찾은 거죠.
05 — MILLING
현미로 들여와, 양조장에서 직접 깎습니다
무로마치주조는 계약 농가에서 쌀을 현미 상태로 들여와 양조장에서 직접 정미합니다. 목표로 하는 정미율은 지키면서도, 그해 쌀의 상태에 맞춰 깎는 속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이지요. 다이긴조용으로 40%까지 깎을 때는 며칠에 걸쳐 천천히 진행한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정미 과정에서 나오는 쌀겨(糠)는 계약 농가로 돌려보내 비료로 활용된다고 해요. 쌀을 받아 술을 빚고, 남은 것을 다시 논으로 보내는 순환이 이 양조장이 농가와 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미율(精米歩合)이란
정미율 40%는 쌀의 바깥 부분을 60% 깎아내고 40%를 남겼다는 뜻입니다. 55%는 45%를 깎고 55%를 남긴 것이고요. 많이 깎을수록 잡미가 줄고 향이 또렷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정미율은 만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기준일 뿐 숫자 하나로 맛의 우열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06 — THREE EXPRESSIONS
같은 쌀, 세 가지 표정
정미율, 효모, 누룩을 만드는 시간, 양조알코올의 사용 여부. 같은 오마치 쌀에서 출발해도 이런 선택이 쌓이면 술의 얼굴은 달라집니다. 양조장이 각 제품에 담고 싶었던 방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제품 | 분류 | 정미율 | 이 술의 방향 |
|---|---|---|---|
| 무로마치지다이 | 쿄쿠다이긴조 원주 | 40% | 풍부한 긴조향과 깊은 감칠맛, 존재감 있는 한 모금 |
| 골드 오마치마이노사토 | 준마이다이긴조 | 40% | 부드러운 향과 입안에 퍼지는 맛, 깔끔한 마무리 |
| 사콘 레알 | 준마이긴조 | 55% | 화이트와인을 연상시키는 향과 오마치의 감칠맛 |
07 — HOW TO CHOOSE
취향에 따라 골라보세요
양조장은 세 가지 중 상대적으로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순서를 무로마치지다이 → 골드 → 사콘 레알으로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는 생산자가 전하는 향미의 인상이고, 실제로 느끼는 단맛과 드라이함은 온도와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08 — GLOSSARY
알아두면 더 편하게 고를 수 있어요
달콤한 향이 난다고 해서 맛도 설탕처럼 달다는 뜻은 아닙니다. 향의 인상과 입안에서 느끼는 단맛은 구분해서 즐겨주세요.
‘왜 이걸 만들었을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그 물건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지는 것.
1688년부터 이어져 온 시간, 역사 깊은 미쓰코시 백화점과의 인연, 그리고 남을 따라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들의 땅에서 나는 오마치 쌀에서 자신들만의 답을 찾은 이야기.
얼마 전 거래를 준비하던 양조장의 화재 소식을 접하고 나니, 이런 이야기를 가진 술을 지금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원래 계획보다 조금 일찍, 소노베상점에서 이 술을 소개합니다.
ROKA · 소노베상점
· 양조장의 역사와 이름의 유래는 무로마치주조 공개 연혁을, 양조 과정과 향미에 대한 설명은 양조장과의 미팅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향과 맛에 대한 표현은 생산자의 설명이며, 모든 분께 동일한 감각을 보장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 오마치 쌀의 발견 시기는 자료에 따라 1850년대 안에서 조금씩 다르게 전해집니다.
· 제품별 최종 사양(용량·도수·일본주도 등)은 각 상품 페이지의 스펙표와 실물 라벨을 기준으로 합니다.
· 주류는 만 19세 이상 성인만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경우 음주를 삼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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